공요환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33
21
0
0
2025-04-11
정년퇴직을 하던 해, 나는 마치 커다란 강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육지로 나온 물고기처럼 삶의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니 홀가분함과 동시에 허전함이 몰려왔다. 서류철과 회의로 빼곡했던 일정표는 하얗게 비어 버렸고, 아침마다 느꼈던 출근길의 분주함 대신 텅 빈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휴식이 찾아 왔건만, 막상 손에 쥔 자유는 무겁게 느껴졌다.
은퇴 후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동안 못 다한 여행도 해 보고 밀린 책도 읽으며 나름 지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내가 정말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실 은퇴 후 전 직장의 자회사로 갈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