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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 빛나게 살아갈 용기

내 마지막 날을 준비하며, 오늘을 사랑하다

정년퇴직을 하던 해, 나는 마치 커다란 강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육지로 나온 물고기처럼 삶의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니 홀가분함과 동시에 허전함이 몰려왔다. 서류철과 회의로 빼곡했던 일정표는 하얗게 비어 버렸고, 아침마다 느꼈던 출근길의 분주함 대신 텅 빈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휴식이 찾아 왔건만, 막상 손에 쥔 자유는 무겁게 느껴졌다. 은퇴 후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동안 못 다한 여행도 해 보고 밀린 책도 읽으며 나름 지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내가 정말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실 은퇴 후 전 직장의 자회사로 갈 수도 있었지만 똑같은 일로 남은 인생 후반..
정년퇴직을 하던 해, 나는 마치 커다란 강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육지로 나온 물고기처럼 삶의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니 홀가분함과 동시에 허전함이 몰려왔다. 서류철과 회의로 빼곡했던 일정표는 하얗게 비어 버렸고, 아침마다 느꼈던 출근길의 분주함 대신 텅 빈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휴식이 찾아 왔건만, 막상 손에 쥔 자유는 무겁게 느껴졌다.
은퇴 후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동안 못 다한 여행도 해 보고 밀린 책도 읽으며 나름 지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내가 정말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사실 은퇴 후 전 직장의 자회사로 갈 수도 있었지만 똑같은 일로 남은 인생 후반부를 장식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자회사의 입사를 포기하고 이미 13년 전부터 꾸준히 공부해 왔던 ‘웰다잉’의 길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사실 13년 전만 해도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웰다잉(well-dying)은 처음 듣는 개념이었다. 잘 살아가
는 것 만큼이나 잘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생각은 그때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막연히 언젠가 올 먼 미래로만 여겼던
죽음에 대해, 이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일까?
사실 나는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어 죽음 이후의 세계,
즉 천국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막연함이 공존했다. 믿음이 있다 해도 죽음이라는 문턱을 생각하면 어딘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곤 했다.
그런 내게 웰다잉이라는 주제는 낯설면서도 어쩌면 꼭 한 번 직면해야 할 삶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처음 웰다잉을 접했을 때 나는 지역 교육센터에서 열리는 웰다잉 관련 강좌에 등록했다.
‘인생회고와 웰다잉 준비’라는 제목의 소규모 강의였다.
첫 수업에 들어선 순간,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 틈에 나도 한 사람의 수강생으로 앉아 있었다.
지금의 대한웰다잉협회 회장님이신 최영숙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교수님은 우리에게 조용히 물으셨다. “여러분은 자신의 죽음 을 준비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 역시 가슴이 두근거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강좌를 들으며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시
간 동안 무엇을 해야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교수님은 환한 미소로 내게 말했다. “앞으로 웰다잉 교육을 더 배워서 다른 분들과 나누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참 열심히 들으시네요.” 그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뛰었고 웰다잉 전문 강사로서 회장님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길로 나는 웰다잉 교육 지도자 과정에 등록해 체계적으로 배움을 쌓았다.
인간의 생애주기, 노년기의 변화, 죽음 준비의 철학과 실천 방법 등을 배우며 웰다잉 교육 강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분이었다.
인생 2막을 여는 문을 하나님께서 열어주셨다고 느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나의 웰다잉 교육 과정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엮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그보다 앞서 한 인간으로서 겪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부디 이 작은 기록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길, 나아가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공요환(63년 생)

- 노인 심리 상담사
- 대한웰다잉협회 총무이사 및 웰다잉 전문 강사
- 엔딩플랜 상담사 및 엔딩플랜 사업 본부장
- 사회복지사
- 요양보호사
- 서울교통공사 정년 퇴임
- 커피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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